고막을 자극하는 시끄러운 잡음...
한치 앞도 안보이는 안개...

<모든것이 포함되어있는 호러 어드벤쳐 사일런트 힐.>
안개가 자욱하고...녹이 슬지 않은 곳이라곤 한군데도 없는...화면에는 노이즈가 가득하고...
희미한 노래소리...귀청을 찢을듯한 라디오의 잡음...인간이 아닌 기괴한 모습의 무언가들이 활보하는 놀이동산...
그 놀이동산을 해매이던 주인공, 헤더는 롤러코스터 레일위로 올랐다가 저 멀리서 달려드는 롤러코스터와 충돌하면서 잠에서 깬다. 석양빛 가득한 카페에서 깨어난 헤더는 카페를 나가 공중전화로 아버지와 같이 통화한다.
이때, 더글라스라는 이름의 탐정이 다가오고...헤더에게 출생의 비밀에 관해 얘기할테니 잠시 시간을 내달라고 한다.
그 말을 무시하고 화장실로 도망간 헤더는 화장실 창문을 통해서 뒷길로 나가 쇼핑몰 안쪽 복도로 들어선다.
더글라스를 피해 출구를 찾아 이곳저곳 방황하던 헤더는 옷가게 안에서 땅에 떨어진 권총을 줍게되고 곧이어 가게 안쪽에서 시체를 뜯어먹는 기괴한 외형의 괴물과 맞딱드리게 된다. 권총안에 남아있던 총알로 괴물은 물리쳤지만 이보다 더한 것이 앞으로 더 많이 남아있는데...
몰래 핫도그를 훔쳐먹다 체해서 사망한듯 입에다 케찹을 쳐발르고 벤치에 쓰러져있는 토끼인형과 맞딱드리는 것을 시작으로 사일런트 힐 3 는 시작됩니다.
고장난 TV에서나 볼 수 있는 게임을 하는게 불편할 정도의 심각한 노이즈.
계속해서 고막을 자극하는 잡음을 내는 라디오와 어디선가 흘러나오는 기묘한 노래소리.
녹이 안 슨 부분이라고는 한군데도 없이 이끼와 녹으로 가득차있는 놀이동산.
기쁜듯이 주변을 돌아다니는 거라고는 기괴한 모양의 괴물들.
이런 장면들을 시작부터 보여주면서 사일런트 힐 3 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특징을 플레이어에게 보여줍니다.
다른 어드벤쳐와 다른 특징이기도 하면서 사일런트 힐 시리즈 전체를 통털어서 가지고있는 그 특징.
바로 플레이어를 지나치게 압박하는 불편함이 바로 그것입니다.
크리쳐가 가까이 있으면 가까이 있을수록 발소리가 난다거나 하는게 아닌...주인공이 품속에 지니고 있는 라디오의 잡음이 점점 심해짐으로 표현한 점. 초중반 가장 애용할 무기인 쇠파이프로 공격할때 딜레이가 꽤 크다는 점. 그리고 기묘할 정도로 앞을 잘 안보여주는 카메라 워크 등등.
이 게임은 플레이어가 정말 '집어쳐!' 하고 소리 칠 정도로 플레이에 대해서만큼은 질릴정도로 불편하게 되어있습니다.
귀에서는 연신 지지지직 거리는 잡음만이 흘러나오지, 손전등으로 비추지 않으면 어디가 어딘지 구분이 안가지, 거기다가 크리쳐의 움직임은 무지 빠른데, 파이프 휘두를때 딜레이가 크지, 뭐하나 플레이 하기 쉬운 부분은 한군데도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이 할 만한 이유는 이런 불편함을 공포심 자극이라는 소재로 썼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시점은 복도 모퉁이를 돌자마자 무엇이 나올지 모르게 한다는 불안감을 자극시키고...그런 상황에서 라디오에서 잡음이 크게 들리기 시작한다면 그 불안감을 더욱 커지게 되지요. 뭔가 있다는 신호가 들리기는 하는데, 그것이 눈에 보이지 않는다면 그만큼 무서운건 없지요.
거기다가 몬스터의 공격도 강력함과 동시에 주인공의 공격은 뭔가 약하면서 동작이 커서 느릿느릿 하다는 점은 언제 어디서든 죽어버릴수 있다는 스릴감과 긴장감을 안겨줍니다.....뭐, 대부분은 피해서 지나갈 수도 있습니다.
크리쳐는 불에 녹아버린 플라스틱처럼 어딘가 녹아내린 외형을 하고 있거나 얼굴이 뭉개져있거나, 신체의 일부분이 과하게 커서 비례가 안 맞는다거나, 신체의 일부분으로만 이루어져 있다던가 하는 형식으로 되어있어서 혐오감을 일으킵니다. 이것은 무언가 끈적끈적하고 질척질척하고 손가락을 대면 부스러질듯한 녹같은 느낌의 배경과 맞물려서 혐오감을 배로 자극시켜 버립니다.
플레이어를 전혀 배려하지 않은 불편함과 현실과는 동떨어진 외형으로 오는 혐오감이 이 게임의 주 특징이자 장점입니다.

<나이는 어리지만 당찬 여성의 전형인 주인공, 헤더.>
본의아니게 저런 유약한 표정으로 찍혔지만...
괴수를 쇠파이프로 때려잡는거, 아무나 할 수 있는게 아니다.;

...........;;;;
더불어서 스토리도 바이오 해저드 같이 일직선의 진행이긴 하지만, 바이오 해저드가 '생존'에 목표를 둬서 생존만 하면 무조건 끝나는 게임인것과는 달리 사일런트 힐은 한번 게임을 끝내고 나서도 뒷이야기를 파헤치기 위해 게임을 다시 되짚어보는 스토리의 맛도 있습니다.
단순하게 퍼즐풀고 괴물죽이고 얼래벌래 하다가 살았다! 가 아닌, 이 크리쳐가 왜 생겼으며, 어떤 연유로 인해서 나와 관련이 된건지, 누가 어떻게 괴물에게서 살아남았는지, 괴물을 조종하는 사람이 어떻게 괴물을 조종하는지 등...갖가지 의문점을 양산하면서 생각할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충격적인 반전도 나오면서 끝을 맺는...한마디로 영화같은 탄탄한 스토리라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코나미 특유의 센스가 덧붙여져서 재미있는 장면들도 많이 나옵니다.
주인공이 중반에 얻을수 있는 쇠파이프를 이용해서 금파이프 은파이프를 얻으면 나오는 이벤트...라던가.
중반에 헤더빔(...)이라는 정체불명의 무기를 쓸 수 있고...광선검(...)도 사용하는데다가 나중에는 마법봉을 얻어 요술공주(...)로 변해서 섹시빔(...)을 날린다던가 하는 미묘한 개그 패러디들이 많습니다.
어딘가 찝찝하고 눅눅한 느낌이 가득하지만 이런식의 재미있는 무기들, 아이템으로 나름대로의 개그를 하는것도 꽤 괜찮았습니다.
...하지만 두번 하긴 싫군요.
.........멀티 엔딩이라 두세번은 더해야하지만...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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